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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칼럼 1월] 다른 의사를 찾아갈 것인가, 지금 의사에게 계속 진료받을 것인가

다른 의사를 찾아갈 것인가, 지금 의사에게 계속 진료받을 것인가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임상조교수 전명욱

 

 

  환자나 보호자의 입장에서 의사를 찾아야 하는 일이 즐겁고 기꺼운 사람은 없을 것입니다. 보통은 많은 고민을 하다가 큰 마음을 먹고 의사를 찾게 됩니다. 진료실을 찾는 것 자체부터 여러 가지 편견과 오해 때문에 부담이 느껴지기도 하는 정신건강의학과 진료는 더욱 말할 것도 없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어렵사리 찾아가서 진료를 받았음에도  다른 의사를 찾아가야 하는지 고민하게 되는 경우가 때때로 생깁니다. 먼저 환자 쪽의 사정으로 다른 의사를 찾아야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경우는 먼 곳으로 이사를 가게 되는 등의 이유로 물리적으로 방문이 어려워지는 경우일텐데, 이 경우는 비교적 고민이 비교적 적습니다. 이럴 때는 보통 준비 없이 다른 병원으로 바로 가는 것보다는, 담당 의사에게 상황과 사정을 설명하고 요청하는 것이 좋습니다. 담당의사는 매끄럽게 진료가 연계될 수 있도록 소견서 또는 의무기록사본, 검사결과 등을 발부받을 수 있도록 해주고, 경우에 따라서는 연계해서 진료할 만한 병원을 추천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진료의 진행이나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아서 의사를 바꾸어야 하나 고민하게 되는 경우는 좀 더 복잡할 것입니다. 사실 환자나 보호자 입장에서도 치료진을 바꾸는 것은 쉬운 결정은 아닙니다. 어렵사리 찾아가서 쉽게 다른 데에서는 털어놓지 못할 이야기를 꺼내놓았는데, 아무리 소견서를 받아 간다고 하여도 처음부터 병력 및 치료과정을 어느 정도까지는 다시 설명해야 하는 부담이 있고, 또한 기껏 새로 찾은 의사가 지금 치료하는 의사보다 더 낫다는 보장이나 확신이 항상 있는 것도 아니니까 말입니다. 그래서, 담당 의사를 바꿔야겠다는 결정을 내리기 전에, 지금 진료를 해주는 의사에게 좀 더 나은 진료를 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한 번 더 찾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생각외로 많은 경우, 미처 듣지 못한 설명을 요청하여 정보를 얻거나, 이야기하지 않았던 불편사항을 호소하고 해결방법이 없는지 요구하는 것만으로도 해결이 되거나 적어도 오해가 풀리고는 합니다. 특히 환자, 보호자와 치료진 사이의 의사소통이 특히 중요한 정신건강의학과 진료에서는 더더욱 그렇습니다. 병원을 옮기고 의사를 바꾸는 결정은 그 다음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한편, 환자나 보호자 입장에서는 큰 무리나 불편 없이 그럭저럭 잘 치료받고 있는데, 주변에서 다른 병원, 특히 큰 병원 진료를 받아보라고 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적지 않은 정신질환이 만성적인 경과를 보이고, 아무 부작용 없이 단기간 내에 완벽하게 치료하기가 쉽지 않은 경우도 많기 때문에, 주변에서 어느 병원의 어느 저명한 의사를 찾아가서 치료받았더니 효과가 좋았다더라 하는 이야기를 듣게 되면 마음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환자에 따라서 혹은 진단이나 병세, 시기에 따라서 큰 병원에서 진료하는 의사보다 작은 병원이나 의원에서 진료하는 의사한테 받는 진료가 효과가 더 나은 경우도 꽤 많습니다. 강도 높고 상향평준화되어 있는 교육과 훈련을 거쳐 같은 면허와 자격을 취득하고 같은 교과서와 학술지를 읽고 같은 학회에서 정보를 교류하는 의사들 사이에 실력 차이가 크게 나기도 원래부터 어렵고, 편안하고 여유있게 담당 의사와 소통할 수 있는 환경이나, 필요할 때 찾을 수 있는 접근성 측면까지 고려했을 때는 가까운 작은 병원이 나을 때도 많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도, 작은 병원에서 진료하고 있는 의사들은 다들 최소 5년 혹은 큰 병원에서 근무를 한 적이 있는 의사들로서, 장비나 시설, 인력 혹은 타과 협진, 혹은 질환의 희귀성 등으로 인하여 큰 병원 진료가 낫다고 판단되는 상황에서 그렇게 권유하지 않고 굳이 무리해서 진료하려고 할 이유도 없고 말입니다.

 

  한편 의사에게서 다른 의사에게 진료받으라는 권유를 받게 될 때도 있습니다. 이 중, 작은 병원에서 진료를 받던 중 큰 병원 혹은 입원이 가능한 병원, 혹은 종합병원을 가보라고 듣는 비교적 흔한 상황은 아마 납득하기가 쉬울 것입니다. 하지만 정신건강의학과에서는 가끔 꼭 큰 병원이 아니라 작은 병원을 추천하는 경우도 있고, 큰 병원에서 이전 다니던 작은 병원에서 다녀도 되겠다, 혹은 여기서 진료받는 것 보다는 다른 곳에서 진료받는 것이 좋겠다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같은 병원 내에서 후배 의사에게 진료를 받아보라는 권유를 받게 되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 환자와 보호자 입장에서는 그동안 착실하게 진료 방침에 따라왔는데, 혹은 기대를 가지고 때로는 오랜 예약 대기를 거쳐 어렵게 찾아왔는데, 의사에게 거절당한 느낌을 받게 되면서 서운하고 불편한 마음이 들고, 진료를 거부당한 것은 아닌가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불편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사실 의료법상 의사에게는 원칙적으로 진료를 거부할 권한이 없고, 선택권은 환자에게 있습니다. 다만, 의사 입장에서는 시설이나 장비, 인력, 자신의 실력과 경험과 주진료분야 외에도 여러 가지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다른 의사에게 진료받는 것이 환자에게 유리하겠다고 판단될 때 이 점을 알리고 진료의사 변경을 권유할 수 있을 뿐입니다. 이런 경우 굳이 진료를 받아야겠다고 요구한다면 진료를 거절하지는 못합니다. 물론 바람직하고 적절한 진료를 받기에는 무리가 따를 수밖에 없을 것겠지만 말입니다. 진료를 거부당한 것 같은 서운함과 의구심이 드는 경우라 하더라도, 환자가 치료로부터 가능한 한 나은 효과를 얻게 하는 것은 환자나 보호자에게뿐 아니라 의사에게도 가장 중요한 일이고, 의사가 환자의 상태에 더 잘 맞는 환경이나 의료진을 권하는 것도 이에 따른 판단일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아야 합니다.


  정신적인 어려움과 불편을 경험하는 것은 당혹스럽고 불안한 일이기 때문에, 환자나 보호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모든 것이 불안하고 또 걱정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정신질환이 진료를 통해 호전될 때까지 생각보다 긴 시간이 필요한 경우도 많고, 의학의 다른 어느 분야 못지않게, 성의껏 진료하였지만 결과가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도 때로는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일단 진료를 받기로 결정하였다면, 우선은 담당 의사의 판단과 치료계획을 믿고 따르는 것이 중요합니다. 물론 도저히 나와 잘 맞지 않는 것 같다고 느껴질 때도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럴 때는 병원을 옮기는 것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진료실에서 제가 종종 드리는 말씀이 있습니다. '실력 있고 좋은 의사도 많은데 꼭 저한테 진료받으실 필요는 없습니다. 제 판단과 처방을 따를 수 없으시면, 그렇게 할 수 있는 다른 의사를 찾아가시도록 도와드리겠습니다. 하지만 그렇게 하시지 않을 거라면, 제 판단과 처방을 믿고 기다리고 따라 주셔야 합니다' 라는 말씀입니다. 아무리 유명한 의사에게 치료를 받는다고 하더라도 항상 미심쩍은 마음을 떨치지 못한 상태에서는 치료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어렵습니다. 치료 결과의 성패는, 나를 치료하는 의사를 일단 신뢰하는 것, 이것이 정 어려우면 내가 신뢰할 수 있는 의사를 찾아가는 것에 달려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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