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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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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격이 문제가 아니라 유연하지 못한 게 문제

지루한 만남

 
우리는 살면서 많은 사람들과 만납니다. 그리고 매번 다른 느낌으로 그 사람과 일을 하거나 즐기거나 사랑합니다. 우리는 서로 다른 차이점을 발견하고 그 사람의 장점을 배우고 단점은 조심하면서 점점 성장해 나갑니다. 나와 다른 사람을 만나는 것은 가장 쉽게 지금까지 내가 경험하지 못했던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게 해주는 기회를 줍니다. 모르던 사람을 만나거나 잘 알고 있던 사람들 속에서 미처 알아차리지 못했던 면을 발견하는 것은 신선한 자극이 되곤 합니다.
 
그런데 간혹 우리는 어떤 사람을 만나면서 새로움을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만나는 장소나 만나는 상황은 매번 다른데 그 사람을 보면 늘 똑같은 일이 반복된다는 느낌을 받게 됩니다. 조금 심한 표현으로 ‘질린다’는 표현을 쓰기도 하는데요. 그 사람은 매번 똑같은 태도로 우리를 대합니다. 그리고 좀 더 넓게 보면 누구에게나 항상 같은 방식으로 대합니다. 그래서 만나는 시간이 반복되고 그 사람과 친해질수록 점점 지쳐갑니다.
 
초지일관?
 
처음 뜻을 세웠으면 끝까지 밀고 나가는 것이 좋은 거 아니냐? 라고 말하는 분이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당연히 일관성과 뚝심,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려는 의지는 좋은 것입니다. 큰 뜻을 세우고 훌륭한 일을 이루신 분들도 많고 의지 하나만으로 불가능한 일을 해내신 분들도 많습니다. 삶은 전쟁터와 같고 뭔가 얻어내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의 말에 흔들리지 않는 고집이 필요하기는 합니다. 하지만 그분들에게도 사생활은 있었을 것이고 만일 일과 무관한 가정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불도저처럼 밀어붙였다면 아마도 갈등이 더 많았을 것입니다. 타협할 수 없는 논리와 냉철함만 가지고는 유지될 수 없는 것이 친밀한 사람들끼리의 인간관계이기 때문입니다.
 
유능제강, 부드러움의 적응력
 
부드러움이 강한 것을 제압한다는 “유능제강”이라는 말은 많은 분들이 들어보셨을 텐데요. 변화하는 상황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것은 생존과 적응에 있어서 반드시 필요한 태도가 됩니다. 만일 요즘 같은 세상에 남편이 직장에서 부하직원을 대하듯 부인과 자녀를 강압적으로 대한다면 가정 내에서 고립될 뿐이겠지요. 어쩌면 힘으로 눌러놓을 수는 있더라도 진심으로 존경을 받거나 사랑을 받는 가장은 되지 못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상한 성격? 특이한 성격?
 
흔히 성격장애라고 하면 ‘이상한 성격’을 가지고 있는 사람으로 생각하기 쉬운데요. 일정부분 틀린 이야기는 아닙니다. 하지만 보통 사람의 성격을 이야기할 때 약간 다른 사람들과 다른 부분이 있더라도 ‘특이한 성격’이라고 하지 ‘이상한 성격’이라고는 잘 부르지 않습니다. 사람이 가진 특이한 성향은 개성의 일부분으로 사회에 동화해서 살아갈 수 있다면 굳이 문제라고 생각할 이유는 없습니다.

성격장애를 생각해 보기 전에 성격이라는 말을 먼저 한 번 살펴 볼 필요가 있겠는데요. 학문적으로 성격을 설명하는 다양한 방법들이 있겠습니다만, 여기에서는 일단 “어릴 때부터 지속되는, 다양한 장면에서 일관적으로 나타나는 행동 패턴”으로 정의해 보겠습니다. 사실 성격이라는 것은 상황에 따라 비교적 일관적으로 나타나는 것입니다. 한 명의 어린아이가 자신에게 주어진 환경에 잘 적응한 결과로서 형성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면 이렇게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적응에 성공해 왔던 행동 패턴.’ 그래서 한 사람 한 사람의 성격은 자신이 성장해 왔던 환경 내에서 가장 합리적인 대안으로서 형성된 결과물입니다. 
 
성격장애, 성격 그 자체가 아니라 유연하지 못한 게 문제
 
이처럼 유용한 적응 방식이 문제가 되는 것은 대체로 성인이 되면서부터입니다. 각자 다를 수 밖에 없는 가정을 벗어나서 한 개인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게 되면, 타인과 어울리고 같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일이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됩니다. 누가 정해주지 않은 일들을 매번 새롭게 헤쳐나가야 하며, 넓은 마음으로 모든 걸 다 받아들여주지만은 않는 환경에서 의사결정을 해야 합니다. 이럴 때 변화하는 환경에 민첩하게 반응하고 유연하게 판단하지 못하면 그 사람은 적응에 실패하기 쉽습니다.

그런 사례 중의 하나가 바로 ‘늘 자신의 방식만 고집하는 사람’이 되겠죠. 새로운 대안을 선택하지 못하고 어린 시절부터 자신이 해왔던 대로만 하려고 하는 경우 갈등과 마찰이 시작됩니다. 이처럼 성격장애를 설명할 때에는 성격 그 자체의 내용만이 아니라 늘 같은 방식을 고수하게 되는 경직된 태도의 문제를 포함합니다.
 
인지적 유연성
 
이러한 문제들을 다루기 위해 적용되는 심리학적 개념으로는 인지적 유연성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앞에서 설명한 바와 같이 상황에 맞게 얼마나 상황의 변화를 지각하고 그에 맞춰 자신의 행동을 잘 수정해 나갈 수 있는지를 설명하는 것인데요. 유연한 판단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은 대체로 자존감도 높고 정신적으로도 더 건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시험에서 매번 다른 문제가 나오는데 늘 같은 답을 써넣는다면 한 문제는 맞더라도 대부분 틀린 답만 적게 되고 시험에서 낮은 점수를 받으며 그 결과 자신감도 저하되겠죠? 그런 예와 같습니다. 경직된 태도는 일상과 사회생활에서 실패를 반복하게 만듭니다.
 
심리상담 혹은 심리치료
 
심리상담 혹은 심리치료는 그와 같은 인지적 경직성을 극복하고 심리적으로 유연하게 적응하도록 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상담에서는 먼저 스스로에게는 너무 익숙해서 잘 보이지 않는 내 성격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도록 합니다. 어떤 의미에서는 나를 남 바라보듯 할 수 있게 한다고 볼 수도 있는데요. 상담 초반에 상담자는 나를 객관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거울 역할을 해주기도 합니다.

이렇게 자신을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기 시작하는 것부터가 유연성을 기르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나’라는 틀이 너무 익숙해서 하나의 창문을 통해서만 세상을 보면, 정작 중요한 ‘나’는 어떤 상태인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나라는 좁은 창문을 벗어나서 상담자와 다른 사람들이라는 더 넓은 틀로 나를 바라 볼 수 있게 되면 선택의 자유도 생겨납니다. 자동적으로 반응하던 판단들을 스스로 관찰할 수 있게 됨으로 해서 다른 대안적 사고의 여지가 생기기 때문입니다.
 
진리가 자유롭게 하리라
 
세상에 대한 진리도 있겠지만 많은 오래된 가르침이나 지식들은 자아를 깨닫고 마음을 이해하기 위한 것들입니다. 이처럼 예전부터 이어져 내려오던 마음가짐에 대한 지식들은 지금 과학적으로 재해석되어 마음의 고통을 덜어주는데 유용하게 쓰이고 있습니다. 만일 혼자서 해나가기 어렵다면 상담자를 찾아 도움을 받으시면, 마음의 유연함과 평온함을 더 안전하고 편안하게 얻어 나가실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그래서 얻은 마음의 평화는 나와 주변사람들이 겪는 많은 고통으로부터 자유롭게 해줄 것입니다.


                                                       서울아산병원 임상심리 전문가   이  준  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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