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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건강칼럼 6월] 소진(번아웃) 증후군에 대하여

소진(번아웃) 증후군에 대하여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촉탁임상전임강사 윤소영

 

 

  “소진 (消盡 · burn out)” 은 1974년 미국의 심리학자 Herbert Freudenberger 에 의해 처음으로 사용된 용어이다. 그는 당시 무료로 약물 중독을 치료하는 클리닉에서 일하던 의료진들에게서 특징적인 증상을 관찰하여 보고하였고, 이후 점차 여러 연구자들에 의해 개념이 발전되고 알려지게 되었다. 소진 또는 소진 증후군이란, 말 그대로 일에 지나치게 몰두하던 사람이 어느 시점에서 갑자기 모두 불타버린 연료와 같이 극도의 피로감을 느끼며 무기력해지는 것을 의미하는 현대 사회의 병리적 징후를 표현하는 용어이다. 아직은 정신의학적으로 명확하게 정의된 용어는 아니어서 학자들마다 조금씩 다르게 설명하기는 하지만, 직업과 관련하여 소진된 사람들은 대체적으로 다음과 같은 증상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선, 정서적으로나 신체적으로 극도의 피로감을 느끼고 의욕이 상실되며, 공감 능력이 저하되어 냉소적인 태도를 갖기 쉽고, 개인적인 업무의 효율이나 성취감이 저하된다. 이와 같은 소진의 증상들은 가볍게는 우리가 평소 흔하게 사용하는 용어인 슬럼프와 유사하게 들리기도 하고, 심한 경우라면 우울증의 증상과도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인다.   

 

  그렇다면 소진은 왜 발생하는 것일까? 소진은 어느 한 가지 이유 보다는 개인 차원의 문제, 집단의 시스템 문제, 사회적 분위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발생한다고 보고 있다. 무엇보다도 업무 자체의 특성상 예측 불가능하거나 조절하기 어렵고 개인이 감당하기에 양이 지나치게 많은 경우 스트레스 강도가 높을 수 있다. 모든 직업에는 나름의 고충이 있지만, 업무의 특성상 스트레스 강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직업이 있을 수 있는데, 단적인 예로 소방관, 경찰, 의료인 등의 경우에는 예측하기 어려운 응급 상황이나 트라우마가 될 수 있는 상황도 수시로 경험하게 된다. 이처럼 힘든 일임을 알면서도 때로는 개인이 추구하는 가치에 따라 기꺼이 그 길을 선택하고 그 일에서 보람을 느끼는 이들이 많이 있다. 이러한 측면에서 일부 학자들은 소진이 업무 자체의 어려움이나 과중함 보다는 집단이나 사회의 분위기 또는 시스템과 더 관련이 있다고 한다. 사람들은 업무 현장에서 개인에게 요구되는 현실이 그들이 평소 갖고 있던 또는 보여지는 직업적 이상과 많이 다를 때, 점차 일에서 의미를 잃고 과중한 업무를 이어가게 된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영혼 없이 기계처럼 일을 하다가 소진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만약 업무에 대한 충분한 보상이 이루어지지 않고, 공평하지 못한 대우를 느끼게 된다면 이는 소진을 가속화될 수밖에 없다.  

  집단 구성원의 소진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의욕을 갖고 열심히 일을 시작한 사람들이 그 동기를 잃지 않도록, 무엇보다도 집단이나 사회의 구조적 재정비가 필요하다. 물론 현실적으로 단기간에 해결되지 않는 문제들도 있을 수 있겠지만, 가능한 한 업무 체계를 합리적으로 조직하고, 개인의 역량에 적절한 수준의 업무를 배분하며, 공정한 보상이 이루어져야만, 직업적 이상도 그 빛을 잃지 않고 유지될 것이라고 본다. 이러한 구조적 변화와 함께 더 근본적으로는 개인적 차원의 노력도 필요하다. 달라이라마는 현대인의 삶이 지나치게 타인의 평가에 의해 결정되는 성취를 향해서만 나아가고 있다고 지적하였다. 많은 이들이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 선생님, 그리고 사회 전반의 목소리를 내면화하여 스스로를 혹독하게 대하는 데 익숙하며, 정작 중요한 자신의 내면의 목소리에는 귀 기울이지 않는다. 이러한 태도는 우리를 쉽게 지치게 만들고, 자신이 진정 원하는 것이 무엇이며, 무엇 때문에 그 일을 하고 있는지 조차 잊게 만든다. 현대 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은, 그리고 특히 스트레스의 강도가 높은 업무를 하는 사람들은 바쁘고 일이 잘 되지 않을 때일 수록 의식적으로 자신을 연민하는 마음과 시간을 가지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스로의 수면, 식사, 운동 등을 챙기고, 절대적인 충전의 시간을 갖는 것에 죄책감을 느끼지 않고 지킬 필요하다. 이에 더하여, 함께 일하는 동료들 또는 비슷한 일을 하고 있는 이들과 서로의 어려움을 이야기하고 지지할 수 있는 시간을 갖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이러한 환기를 통해 자신만 문제가 아닌 모두 함께 겪는 어려움임을 알 때 우리는 자신을 채찍질하던 손을 멈추고 재충전의 시간을 스스로에게 내어줄 수 있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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